봐야지 봐야지 생각하고 영화관에 못가다가 생일날 가서 봤다. 몇 주전에 봐놓고 이제야 감상문 쓰는중...카페 와서 밀린 감상문 다써야지...
보기 전에 엄청 기대를 하고 보진 않았는데 기대를 하고 봤어도 만족했을것 같다. 영화 보면서 운 기억은 두어번 있는거 같은데 미쓰백 이후로 한번 추가다. 나는 남들 운다는 장면은 그냥 봤고 오히려 극초반에 상아가 형사에게 좆까 씨발 니가 뭘알아 소리치면서 내가 그 기억에 평생을 발목잡혀서! 이런 대사가 있었는데 이 말 듣는 순간 눈물이 줄줄 났다. 그 기억에 평생을 발목 잡혀서. 어릴때는 매일 했고 어른이 되고 나서는 가끔씩 하는 생각이었다. 당신이 내게 조금만 더 다정했다면 나는 덜 구겨진 사람이었을텐데 하는 후회 원망 서러움 억울함 자기혐오를 부르는 기억에 발목 잡혀서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혼자 그 나이에 멈춰있는 기분.
등장인물 모두 발목을 잡는 기억이 있다. 그러나 미쓰백과 지은이는 앞으로 걸어갈거고, 주미경과 지은애비는 발목 잡힌채 침몰할거란 점이 다르다. 백상아가 지은이를 구하는 과정이 단순히 어린애 하나를 구하는게 아니라 어린날의 백상아까지 스스로 구원하는 과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조사를 받으면서 지은의 생부가 형사에게 말한다. 그런거 겪고 자란 애가 뭐 어쩌겠냐고. 그러나 보란듯이 장지은으로 평범하게 사는 삶을 보여줘서 좋았다. 영화가 대답해주는 것 같았다. 온갖 불행에 발목 잡혔다해서 평범한 삶을 못 얻는게 아니라고. 지은이가 스스로 집 밖으로 뛰어내렸던 것처럼, 형사와 그대로 떠나는게 아니라 되돌아 갔던 상아처럼, 그 둘은 더 이상 예전의 불행에 연연하며 멈춰있지 않을것이다. 현재를 살면서 앞으로 걸어갈테니까.
자신이 버림받은 장소인 놀이공원을 지은이를 위해서 데려간다는 점에서 백상아가 다정하단 생각을 했다. 참 백상아에게 여자의 모성 이딴 역할을 부여하지 않아서 좋았다. 상아가 지은이를 구하는건 그 애를 보면서 모성을 느꼈다거나( 애초에 모성이란 말이 싫다 시발) 하는 고리타분한 구시대적 이유가 아니다. 지은이에게서 과거의 백상아를 투영해서. 그 애가 가여워서. 사람이라서. 여지껏 다른 남자 주연 스토리들이 그랬던것처럼 그냥 사람이라서. 상아의 모든 행동 모든 결정이 다 자신의 의지라는 것도 좋았다. 동물하나 제대로 못키우는데 애는 어떻게 키울거냐는 말에 말문 막힌채 체념하던 상아가 변하기로 한 것도 전부 자신의 의지라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될 수 있는데 그렇게 연출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럼에도 그 참혹함을 알 수 있는 정보는 주고. 한국영화보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씬들을 불필요하게 과도하게 존나 안물어봤고 안궁금한데 집착적으로 묘사한다. 그렇게 구구절절 자세하게 묘사하는 빻은 짓거리를 왜하는걸까? 그냥 본인이 그런걸 넘 좋아해서 작품으로 표출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괴기한 바스트모핑이 필수라고 믿는 일본애니제작자들처럼) ...그렇게 구구절절 자세하게 묘사해야만 관객을 납득시킬수 있다면 역량부족이지 머~
배우들 연기도 다 좋았고, 특히 주미경 역할이...정말 그 평범한 사람이 표출하는 악의? 그런게 리얼했다. 아 별건아닌데 영어 아니고 한글로 미쓰백이 제목인 것이 좋다. 투박한 느낌이 백상아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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